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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가트를 퇴치하는 방법.

"넌 도대체 마법학교에 가서 무엇을 배워온 것이야?!"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 자애로운 어머니의 목소리는 바늘을 수천개 먹은 목소리였다.
어린 동생을 지키지 못하면 항상 들려오는 꾸중이었다. 노아는, 그저 상처에 닿는 소독약이 아픈지 움찔거리고 있다. 
노아는 나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그저 어머니의 눈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한 것은 아는지, 뭐라 입을 달싹거리지만 결국 그 누구에게도 닿지도 못하고 
자신 스스로의 눈물을 훔칠 뿐이었다.

"그놈의 호그와트인지 호기와트인지 그곳에 보내놓으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동생들보다 달라진 것이 없어! 첫째면 첫째 답게 모범을 보여야지.
엄마 아빠가 없으면 너가 가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거야? 그래, 안그래? 너 생각이 있니? 호그와트에서 친구나 사귀고 와서 공부는 항상 뒷전이고, 아주 부모님 없으니까 네 자유대로야? 방학동안 멍청한 편지 같은 것이나 보내고, 너 가족에 대한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그 편지들 다 내놔, 찢어버리게."

"죄송합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부모님에게 증명할 수 없었으니까. 부모님 앞에서 마법을 보여줄 수도, 그렇다고 말로도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엌에는 아빠가 커피를 마시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무슨 말이 나올지 대강 예상 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한 말인 듯, 그렇다고 나를 위한 말이 아닌. 그 무엇도 못하는 그저 한심한 말 뿐이었다. 아빠는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더니 말했다.

"걱정 마, 우리 네로는 착하고 똑똑하니까 금방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울거야. 우리랑 약속 했으니까." 아빠의 손아귀에 힘이 슬 들어왔다. 그 때, 숨이 막혀왔다.
"그치, 루나리스?"

나는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네, 동생도 지키고, 우리 가족도 행복하게 만들게요.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반드시, 바, 반드시 서, 성공할테니까... 반드시 공무원이 되어서 부모님과
가족들을 봉양하고, 편안하게 해줄게요. 어머니, 그러니까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시겠어요?"

나는 이렇게 빌 수 밖에 없었다. 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일으켜 세웠다. 등을 두드리고선 나에게 하는 말.

"이제 방으로 돌아가서, 반성문을 쓰도록 해. 동생의 잘못은 첫째의 책임이니까."

그 애의 잘못이 아닌데, 그 녀석들의 잘못인데. 어른들은 자기가 편한대로 생각하느라 자신의 자식마저 상처주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여전히,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다음 앞 날이 무사하기를 빌고, 친구의 편지가 찢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

그 때가 방학이었지. 벌써 나는 4학년이다.
그 때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긴 악몽을 꾸는 듯한 느낌, 평소와 같은 꿈이었다. 다른 점은 그 사람이 없다는 것.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울지 않기로 했는데, 누구보다 강해져서 가족들을 지키기로 했는데,
왜 나는 연약하기 그지 없는 것이지? 
눈물이 멈추지 않고 볼을 타고 매끄럽게 내려간다.
지팡이를 떨어트리고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두 손을 가리고 흐느낄 뿐이었다. 엄마와 아빠의 이름, 동생들의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내가 지켜줄게. 내가 지켜줄게요. 나는 할 수 있어. 나를 버리지 말아요. 나 부모님과 동생들을 위해서 밤 낮 없이 공부해왔어요.
그 누구에게 도움 따위 요청하지 않고 내 스스로 전부 다 했어요. 나를 봐요. 결과만 보지 말고 나를 봐요.

"나를 봐줘요!... ... 그리고 소중히 아,안아줘요."

리디큘러스, 그 다섯글자는 네로의 눈가에서 눈물로 흘러 사라져버렸다. 네로는 그 자리에서 연약하고, 무능한 아기처럼 울부짖을 뿐이었다.
남들의 시선 따위 개의치 않고, 눈물이 바닥에 고여 양말을 적실 때 까지 눈물을 흘린다.